멋진 바다와 경포대 벚꽃을 보기 위해 강릉을 찾았다.
몇 해전 묵었을 때 좋은 기억을 남겨준 라카이샌드파인 리조트.
이름이 다소 이색적이고 건물 색상은 묘하지만, 시설은 무척 만족스러웠더랬다.
패키지로 묵었던 건물은 H동. 나중에 생긴 건물이다.
리셉션동으로 가서 체크인을 하면서 패키지 구성품인 록시땅 미니세트를 받아왔다.
미니세트는 리셉션 데스크가 있는 층(1층 같은 2층)에서 한 층 아래 있는 "라카이 키친"으로 내려가서 받았다. 다소 번거로운 동선.
H동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면 보이는 광경. 의자 시트도 깨끗해보였고 전체적인 인상은 깔끔.
책은 가짜.
실제로는 8층이지만 왠지 더 높은 층에 있는 기분을 주려했는지 18**호로 표기했다.
객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보이는 정면의 욕실. 일반 수건 2장, 샤워 수건 2장, 발수건 1장.
청소 상태 역시 좋다.
샤워부스 안 손잡이와 아래쪽에 달린 또 하나의 샤워기 걸이가 눈에 띄었다. 아이나 노약자에게 꽤 유용할 듯 싶었다.
라카이 로고가 박힌 어메니티를 제공한다.
성분을 보면...
자비 따윈 없다! 다른 제품의 성분도 마찬가지.
호텔을 비롯한 아주 비싼 요금의 숙소도 아닌데 너무 많은 걸 바라면 안 될 것이다.
욕실에서 나와 현관쪽에서 바라본 모습. 비지니스 호텔 정도의 크기.
하지만 바깥 풍경 덕에 답답함은 전혀 없다.
큰 TV. 좋다. 하지만 방에서 TV 볼 시간은 없다.
바깥에는 세상에서 가장 넓은 화면, 바다가 기다리고 있다.
탁 트인 시야와 웅장한 사운드, 소금기 머금은 바람까지.
창문 쪽에서 바라본 현관과 옷장과 싱크대. 싱크대 왼쪽 아래 소형 냉장고가 있다.
냉장고 안에는 물 2병과 와인.
물은 무료지만 와인은 25,000원.
갑작기 식용 알콜이 당기지 않는 이상, 취향이 많이 타는 와인을 마실 일은 그리 많을 것 같지 않다.
베란다에 나가 오른쪽을 바라보면 경포대가 보인다.
베란다에서 왼쪽을 바라보면 경포 해변이 보인다. 바다다!
이 패키지로 묶인 객실이 아닌 경우 전면 바다 조망을 할 수 있다.
경포 호수 한 바퀴를 돌고 바다를 보니 어느 새 저녁 시간.
묵고 있는 H동 9층에 위치한 "더 스카이" 레스토랑을 찾았다.
9층 식당에서 경포 호수를 바라볼 수 있는 좌석.
Makai 패키지에서 이용할 수 있는 메뉴는 1인당 음료 1개를 포함하여 파스타, 피자( 한우차돌박이 피자 제외), 리조또 중 1개.
자리를 안내 받으면서 패키지 예약 손님이냐고 먼저 물어본다. 예약자 이름을 알려주면 확인 되는 시스템.
메뉴는 이렇다... 왜 삐뚫어지게 찍었을까? 복선이었나?
패키지 구성으로 까르보나라와 루꼴라 피자를 주문했다.
그리고 다소 느끼할 것 같아 이탈리안 토마토 홍합 수프를 추가 주문했다.
기본 세팅. 따뜻한 빵은 부드럽고 맛있었다. 새콤한 듯 칼칼한 피클 역시 입맛을 돋우웠다.
앉았던 좌석에서 볼 수 있는 풍경. 멋있다. 식사하는 동안 즐거움의 반이 풍경 보는 맛일 정도.
잠시 후 들어온 한 손님 일행은 창가 쪽 좌석이 없다고 하니 다시 온다며 나가셨다.
음식이 꽤 맛있다는 이야기에 기대하고 있던 차에 나온 루꼴라 피자.
역시 맛있었다. 황교익 아저씨의 표현을 빌리자면 "짠맛이 툭툭 치고 들어오면서" 맛있었다.
전체적으로 짠맛이 아니라 뿌려진 치즈 쪽에서 짠맛이 느껴지는 쪽이었다. 루꼴라도 맛있었다.
까르보나라. 역시 맛있었다.
너무 묽지도 되직하지도 않은 정도에 간도 괜찮았다.
집에서도 맛있게 만들기 쉬운 까르보나라를 맛 없게 만드는 곳이 있었더랬다. 요즘은 거의 없겠지??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주문한 까르나보나라와 피자의 조합은 느끼했다.
이 때 등장한 이탈리안 토마토 홍합 수프.
이런 일이 없었는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촛점이 나가 있다. 역시 복선이었나 보다.
느끼한 입 안을 가셔줄 홍합 수프를 그릇에 덜었다.
홍합 하나,
홍합 둘
홍합 셋.. 응??? 뭐지?
수프 한 수저
홍합 하나
홍합 둘.. 응??
홍합 맛이 이상했다.
미미하게 이상한 맛이 아니라 너무나도 선명하고 강한 맛이었다.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던 맛이었고, 다시 맛 보고 싶지 않은 맛이었다.
(시간도 조금 지난 탓에 정확하게 적을 순 없지만, 그래도 기억을 떠올려 적어보자면)
일단 조개 맛이었다. 홍합이 조개니 조개맛이 나는 게 당연한 거지만 감칠맛 나는 그 조개 맛이 아니라는 게 문제였다.
조개에서 느낄 수 있는 안 좋은 맛을 응축시켜놓은 맛이었다.
그래서 약간 역한 쪽에 가까운 맛이었다.
배 멀미한 홍합을 먹은 맛이라고할까?
그렇다고 상한 것은 아니었다.
선착장에 가면 맡을 수 있는 쿰쿰한 해조류를 먹는다면 이런 맛일까하는 생각도 얼핏 들었다.
그리고 모든 홍합이 그런 게 아니라는 것도 의문이었다.
어떤 것은 우리가 보통 아는 그 홍합의 맛이고 어떤 것들은 저랬다는게 또 다른 문제였다.
결국 입맛을 버리고 홍합수프는 3/5이상 남겨두고 나왔다.
참고로 패키지대로 피자 하나, 파스타 하나 주문하면 2인 식사양으로는 충분할 것 같다.
추가 주문한 홍합 수프에 대해 계산을 하고 난 후(계산서에는 모든 메뉴에 대한 전체 금액이 적혀 있다)
직원 분에게 수프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홍합 스프 한 쪽은 아예 손 대지 않았으니 한 번 드셔보시라는 이야기도.
혹시 탈이 나면 바로 연락달라는 말 직원 분의 말을 뒤로 하고 객실로 내려왔다.
위에서 잠깐 언급한 대로 홍합이 상하지 않았다고 확신하는 건 내가 탈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래 장이 약한 편이라 음식이 조금만 이상하면 바로 신호가 온다.
홍합 수프 때문에 아쉬움이 남는 식사가 되어버렸다.
체크 아웃 때 만난 프론트의 직원분은 속은 괜찮으셨냐고 지배인님이 걱정하셨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숙소에서 일어나는 상황들이 유기적으로 공유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인상적이었고 훈훈했지만,
홍합 맛이 왜 그랬는지에 대한 이유를 듣지 못한 건 다소 아쉬웠다.
나중에 집으로 돌아와 이유를 알고자 인터넷을 뒤져봐도
4월과 11월의 홍합에는 냄새가 날 수 있다는 칼럼 같은 걸 하나 찾은 게 전부였다.
혹시 홍합의 이상한 맛에 대해 아시는 분은 댓글에 남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걸 제외하고는 여전히 만족스러웠던 라카이샌드파인에서의 숙박이었다.
참고로 H동은 다른 동에 비해 바다와 훨씬 가깝게 위치해 있다.
때문에 베란다 전면이 바다를 향하고 있는 객실의 경우 다른 동에 비해 그 감동이 훨씬 더하다.
(객실로 들어가던 중 바다 전면 방향으로 난 객실 청소를 위해 문을 열어 놓으신 덕에 그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었다.)
4층 이하의 저층일 경우 바다가 보이지 않는 문제나 성수기 때 해변의 소음이 우려된다는
객실 유의 사항만 피할 수 있다면,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H동의 바다 전망 객실에 묵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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