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인 맛/식당

햄버거 이야기(롯데리아와 버거킹과 맥도날드, 인앤아웃과 쉐이크쉑 그리고...)

붉은동백 2024. 7. 23.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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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먹었던 햄버거는 롯데리아의 버거였다. 중학교 때였는지 그보다 전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아주 오래 전의 일이다.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주문을 하고 있었는데  나는 낯선 메뉴에 당황을 했다. 그런데 줄은 야속하게도 금방 줄어들었다. 그날 내가 어떻게 주문을 했는지 모르겠다.  불고기 버거 혹은 데리버거를 먹었다. 처음 맛본 햄버거는 너무나도 맛있었다. 하지만 그 날 나는 설사를 했고 그 뒤로 한참동안 햄버거를 먹지 않았다. (군대에서도 햄버거를 먹으면 설사를 하곤 했다)

(그나저나 롯데리아에서는 와규 버거와 한우버거(지금 버전 말고 이전 버전)가 좋았는데 단종되었다. 왜??)

대학교를 졸업하고 일을 할 때였다. 사무실 선배가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서 점심으로 버거킹에서 어떤 햄버거를 사다주었다. 지금은 단종된 갈릭스테이크 버거다. 당시에는 이름도 몰랐다. 이 포스팅을 하려고 기억을 떠올려 찾아보니 이 햄버거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번 위에 거친 가루가 잔뜩 묻어있던 갈릭스테이크 버거의 첫 인상은 햄버거의 큰 크기와 향신료의 냄새에 압도되었었다. 그리고 맛은 너무나도 좋았다. 이번에는 설사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그 이후로도 햄버거를 딱히 자주 찾아먹지는 않았다. 당시 내 입맛이 그랬던 것 같다. 무조건 밥이 기본적으로 들어간 후 다른 음식을 찾는 그런 성향. 햄버거는 밥이 될 수 없다는 그런 마음.

그러나 서울을 오가며 터미널에서 시간이 빠듯하거나 메뉴가 애매할 때면 한동안 KFC에서 징거버거를 맛있게 먹으며 특식의 기분을 내곤했다.

그리고 미국 여행을 갔다가  훨씬 맛있는 햄버거들을 맛 보게 되었다. 하와이의 테디스 비거 버거스, 인앤아웃과 파이브 가이즈와 쉐이크쉑까지.
개인적으로 그 중 가장 맛있었던 것은 인앤아웃의 버거였다. 직원들의 하얀 복장을 보면 마치 미드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여행에서 돌아와서도 인앤아웃의 버거는 한동안 생각났었다.

그리고 몇 년 후 쉐이크쉑이 한국에 들어온다는 소식을 들었고, 부산에서 다시 쉑버거를 먹게 되었다. 비쌌지만 맛있었다.

그 무렵부터였을까? 햄버거를 자주 먹었다.
버거킹에 회원 가입도 했고, 멤버십 등급도 King을 유지했었다. 할인쿠폰을 적용하니 합리적인(?) 가격에 맛있는 버거를 먹을 수 있었다. 메뉴는 와퍼와 치즈와퍼로 거의 고정이었다.  새로 메뉴가 출시되어 먹어봐도 내 입맛에는 와퍼와 치즈와퍼가 최고였다.

그러다 자주 가던 매장의 맛과 다른 동네 버거킹 매장의 와퍼 맛이 꽤 다른 것을 알게 되고 점차 먹지 않게 되었다.
와퍼가 단종(?)되고 뉴와퍼가 나왔다고 해서 며칠 후 가서 먹어봤는데 예전 와퍼만 못하다는 느낌이 들어 그 후로 는 거의 발길을 끊게 되었다. 지금은 안정화가 되어 더 나아졌으려나??
그래도 여전히 내게 비프패티 버거의 최고는 와퍼.

지금은 조금 멀더라도 맥도날드에 가서 맥스파이시 상하이버거를 먹고 있다.

어느 햄버거 가게든 신메뉴가 계속 나오지만 아직까지는 기존 메뉴를 이길 수 있는 메뉴는 없는 것 같다.

맥도날드의 메뉴들은 거의 다 먹어봤지만 맥스파이시 상하이버거가 가장 입맛에 맞았다. 빅맥은 빵이 너무 많고, 베토디는 소스가 너무 달았다. 1955는 소스 향이 약간 불호였다. 쿼터파운드는 야채가 없으니 한 두번은 맛있게 먹었는데 자주 찾게 되지는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먹은 토마토치즈비프 버거는 맥도날드에서 가장 내 입에 맞는 비프패티를 사용한 버거였다. 물론 크기가 작은 편이라 양은 충분하지 않았다.

수제버거 매장도 몇 번 가봤다. 맛은 물론 있었지만 가격이 살벌했다. 들어가는 식재료가 프랜차이즈 햄버거와는 확실히 다르지만 햄버거는 모름지기 너무 비싸지 않은 가격에, 칼과 포크 따위는 필요 없이 포장지로 감싼 후 우적우적 먹을 수 있어야 한다는 나름의 소신을 가지고 있던터라 자주 찾게 되지는 않았다.

최근 중소 햄버거 프랜차이즈 버거를 주문해서 먹었다. 대형 프랜차이즈 햄버거 가게의 가격으로 수제버거집의 느낌을 맛볼 수 있다는 후기에 기대를 엄청나게 했다.  결과는... 대실망이었다. 다시는 시켜먹을 것 같지 않았다. 순전히 이건 내 개인적인 입맛이다. 후기들을 보면 이 버거 프랜차이즈의 후기는 대체로 좋은 편이다.

사실 햄버거의 맛이 거기서 거기라는 홍석천 형님(이원일 쉐프님이었나?)의 말이 생각났다. 그러니까 웬만큼 밸런스만 잡으면 맛있는 버거라는 소리일테다. 정해진 금액안에서 낼 수 있는 맛도 한계가 있을테고. 그런 의미에서 대기업의 밸런스 잡힌 맛과 가격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가보다.

엊그제였다. 아주 오랜만에 쉑버거를 먹었다.

결코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그래도 맛은 확실히 있다.

와퍼나 맥스파이시 상하이버거처럼 확 튀는 맛은 없었다. 그런데 참 맛있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번과 두툼한 패티, 은근한 소스가 참 잘어울렸다. 매일 먹어도 좋을 맛이었다. 가격을
제외하면 말이다.

어쨌든 버거킹이든 맥도날드든 쿠폰을 적용해야 더 맛있어진다. 뜬금없는 햄버거이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