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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스 밑창 수선(by 구둣방 아저씨). BUT 탐스 밑창 수선은 안 하는게..

by 붉은동백 2017. 6. 4.

구입한지 각각 3, 4년쯤 된 탐스 운동화가 두 켤레 있다.

원래 밑창이 얇은(쿠션이 없는) 신발은 발이 불편해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친구들이 흔하게 신던 컨버스화도 내겐 최악의 신발일 뿐이었다.

신발은 편하고 안전하며 내구성이 있어야 한다는 게 나의 선택 기준이기 때문이다.

 

탐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얇은 밑창으로 인한 불편함(컨버스화 같은)과 후기에서 본 내구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살까 말까를 몇 번 반복하는 일이 벌어졌다.(이른바 탐스 사태. 미안합니다.)

결국 욕 배부르게 먹고 샀다.

 

그런데 생각보다 편했다. 

여름에 양말 없이 신발을 신을 수 있다는 것도 좋았다.

(슬리퍼 말고는 양말 없이 신발을 신어본 적이 없었다)

한 켤레를 구입하면 필요한 곳에 한 켤레 기부한다는 방침도 좋았다.

 

그렇다고 해서 우려했던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조심해서 늦은 봄~ 여름까지 조심히 신는다고 했는데도 비교적 빨리 닳는 밑창은 어쩔 수 없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젖은 대리석 바닥을 지날 때면,

이승탈출 넘버원에 채택될 만한 사연을 만들 뻔 하는 일이다.

 

밑창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신발 상태가 괜찮아서 대책을 찾아봤다.

방법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었다.

1. 셀프 수선

2. 구둣방 수선(본인 선택)

 

 

1. 셀프 수선을 선택하면,

인터넷에서  "운동화 밑창 수선" 혹은 "재단판"을 검색(http://item.gmarket.co.kr/Item?goodscode=552856325)

원하는 판과 공업용 본드 등을 구매하여

오리고, 사포로 갈고, 본드로 붙이면 된다.

(금손에 가까울 수록 약간의) 수고가 필요하며, 결과는 금손에 비례한다.

 

가장 저렴한 걸로 구매 시 재단판(10,000원) + 공업용 본드(4,000원) + 택배비(2,500원) = 16,500원 (사포 미포함)

다만 한 판을 구입하면 세 켤레 정도 작업 가능하다고 하니 2 켤레 작업한다면 경제적 매리트는 충분하다.

 

 

2. 구둣방 수선

현금을 들고 구둣방에 찾아가서 맡기면 된다.

결과물은 본인이 웬만한 금손이 아니고선 월등히 나을 것으로 예상한다.

나는 이 방법을 택했다.

 

처음엔 셀프 수선을 해볼까해서 재료 판매 홈페이지의 수선 방법을 꼼꼼하게 읽어봤다.

복잡한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나는 내 미천한 손재주를 알고 있다. 

상상 속 결과물과 실제 결과물의 차이는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예정된 결과일 것이다. 

.

.

.

신발을 챙겨 집 근처 구둣방을 찾았다.

수선 전 밑창 상태. 조만간 옆에 두른 띠가 풀어질 듯 아슬아슬 닳아 있다.

 

먼저 기계로 사포질을 한다.

첫 작업을 보는 순간 맡기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과연 내 근육이 저 고속회전의 사포질만큼의 결과를 감당할 수 있었을까?

가장자리를 따라 사포질이 되었다. 사포질 후에는 붓으로 가루를 꼼꼼하게 털어주셨다.

 

가격은 정찰제.

왼쪽편 아래서 두 번째 항목이 적용된다.(숙녀 전 밑창)

"특별"을 선택했다. 16,000원

"보통"은 보다 부드러운 재질의 단단한 스폰지 느낌이 나는 물결 무늬 판을 사용한다.

 

공업용 본드를 올리고 솔로 아주 얇게 펴 바르셨다. 역시 전문가의 부드럽고 군더더기 없는 손길.

작업대 위에 약간 여유 있게 본을 뜬 밑창이 있다. (사진 왼쪽 바닥에는 본은 뜨고 남은 판이 있다)

밑창 역시 본을 뜨고 난 후 기계로 사포 작업을 하셨다. (역시 맡기길 잘했다)

신발과 밑창에 각각 열처리. (집에서라면 드라이기를 사용했겠지. 해야겠지만 과연 했을까?)

 

순간 점착제 등장. 든든했다. (예전 엄지와 검지가 순간 접착제로 붙었던 당황스럽고 웃픈 기억이 난다. 팁-네일 리무버를 바르면 잘 떨어져요!!)

그리고 본에 맞춰 잘 붙이셨다.

 

망치로 잘 붙이셨다!!!

 

밑창 깎는 사장님.jpg

가장자리를 다시 한 번 꾹꾹 눌려 붙이시고는 끌로 다듬으셨다.

여기서 끝인 줄 알았다.

 

깍아낸 밑창 옆면을 아까보다 가는 사포로 교체하시고 매끈하게 연마해주신다.

드디어 마무리..

일 줄 알았으나,

신발을 전체적으로 한 번 살펴보시면서 수선하신 곳 외 조금 떨어져 있는 부분도 본드로 수선해주셨다.

 

맡기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거듭들었다.  

 

 

완성된 결과물. 

나중에 보니 밑창의 재료도 인터넷에서 보는 것과 다소 다른 게 

이 구둣방에서 사용한 것은 위와 같이 밑창 뒷부분에 굴곡이 없는 경계가 있으며

이 경계를 기준으로 발꿈치쪽의 높이가 조금 높다.

사포질로 매끄러워진 옆면과 뒷쪽이 약간 높게 나은 밑창(재단판)을 확인할 수 있다.

 

 

결론)

신발 한 켤레 + 보통 손 혹은 X손 = 구둣방

 

신발 두 켤레 이상 + (보통 손 * 도전정신 + 금손) = 셀프

 

물론,  귀차니즘 = 구둣방

 

 

 

착용 느낌과 미끄러운 환경에서 접지력은 추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수선 후 착화 느낌

기존 깔창 대신 20% 더 높은 깔창을 깐 듯한 미묘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탐스의 유연한 바닥이 주는 착화감이 단단한 밑창으로 인해 약간 달라졌다.

젖은 대리석에서 미끄럽지 않다는 확신이 있었다면 차라리 부드러운 밑창을 댔다면 어땠을지 모르겠다.

올해 여름에는 다른 탐스를 신느라 본격적으로 신어보지는 못해서 자세한 느낌은 내년에...

 

요약.

내구성이 50만큼 상승하였습니다.

착화감이 10만큼 하락하였습니다... 

미끄러움은 알수 없는 상태입니다. 

 

착화감은 100만큼 하락.. 더 이상 탐스가 아닌 게 되어버렸습니다.

밑창 수선은 정말 부드러운 소재로 원래것과 일체감이 있지 않은 이상 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