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인 맛/식당

광주 꽃삼겹살, 최가박당

붉은동백 2017. 2. 10.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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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 순천 꽃삼겹살을 파는 식당이 나왔다고 한다. 

덩어리 삼겹살에 좁은 격자 모양의  칼집을 내어 고기가 구워지면 그 격자모양이 벌어져 마치 꽃송이같다고 붙여진 이름이라도 했다.

구운 돼지고기가 먹고 싶었던 참에 찾아보니 광주에 비슷한 곳이 있어 찾아갔다.

애매한 시간에 정확하게 간 덕분에 한 30분 기다렸다.

손님들로 가득했다. 

젊은 사장님이 테이블 사이를 오가시며 직원분들과 열심히 일하셨다. 


자리에 앉고 일단 꽃삼겹살 2인분 주문.

기본 찬이 나왔다. 사진에는 잘 안 보이지만 계란 후라이를 위해 기름을 너무 많이 쓰셨다. 

그릇 밖으로 기름이 넘쳐 흐르고 있었다. 그럼에도 계란 후라이는 벌써 눌러붙어가고...

삼겹살이 타지 않고 돌려가며 굽고 있으면 적당한 때에 와서 잘라주신다.

기대했던 것보다 다소 얇은 두께로 잘랐다.

내가 예상했던 꽃삼겹살은 겉면의 세세하게 일어나는 삼겹살 꽃잎은 충분히 익어 바삭한 식감을 내고, 

두툼한 몸통은 부드럽고 육즙 가득한 식감을 주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얇게 자른 덕에 예상했던 후자의 맛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렇다고 전자의 바삭한 느낌도 충분하지 못했다.

양이 충분하지 않아 목살 1인분을 추가했다. 

목살은 칼집 없이 덩어리째 나왔다. 결과는 꽃삼겹살 보다 훨씬 나았다. 

다만 이것도 직원분들이 잘라주셨는데, 고기를 자른다기 보다는 찢는 것에 가까웠다. 그냥 내가 자른다고 할껄 그랬다. 어려운 일도 아닌데.

고기를 먹고 마약볶음밥(?)을 주문했다. 

밥과 양념, 그 위에 모짜렐라 치즈가 담긴 종이호일을 갖고 오셔서 불판에 올려두고 종이 호일 귀퉁이를 돌려가며 밥을 볶으셨다.

기름진 돼지고기 식사 후 치즈가 올라간 볶음밥이라니...

이제는 더 이상 젊지 않은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맛이었다. 

게다가 처음에는 물기가 많아 볶음밥이 맛이 덜하고, 나중에 볶음밥이 먹을만하게 고슬고슬해졌다 싶으면 계속 밥에 가해지는 열기 때문에 

밥이 너무 뜨거워  몇 수저 뜨다가 결국 수저를 내려놨다.


고기 자체는 괜찮았다.

뜨거운 열원 가까이 있어야하는 식기들이 플라스틱이 아닌 스테인레스인 것도 좋았다.

사장님과 직원분들 모두 열심이셨고 친절하셨다.

다만 내가 기대했고, 좋아하는 고기의 스타일이 아니었고, 밥이 아니었을 뿐이다.

그리고  저렇게 불을 다 가리는 형태의 불판을 쓰시면 참숯을 쓰는 의미가 그다지 없지 않을까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그러나

단골이신 듯 사장님과 이야기 나누시던 옆 테이블의 그 젊은 일행이 그러하듯,

많은 분들이 이 식당의 매력에 반해 찾아 오고 계셨다.


그러므로 이 포스팅은 당신 곁을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의 

지극히 비과학적이며 불명확한, 주관적 의견임을 다시 한 번 조심스럽게 알려드리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