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기사문.
정해진 메뉴 없이 셰프님(사장님?)이 내어주는 대로 코스로 먹는, 일명 오마카세 집이다.
그리고 이 집은 예약이 필수이니 방문하실 분은 아래 번호로 연락하셔야 한다.
이 집 역시 두 번째 방문. 첫 번째 방문 시에는 재료가 얼마 없어 7만원 안팎의 코스를 먹었었다.
이번에는 다행하게도(?????) 1인당 10만원짜리 코스를 먹을 수 있었다.
가격은 네이버에 나와있는 것과도 다르고, 그 날의 재료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전화로 문의하시는게 가장 정확하다.
포스팅에 앞서 밝히겠지만 회 맛 모르는 1인이다. ㅠㅠ
회 대 여섯 점은 맛있게 먹지만(상추도 싸고 깻잎도 싸고 초장도 듬뿍 찍고... 역시 회는 초장에 깻잎맛이야~~ 이러면서..)
사실 매운탕에 밥 먹는 걸 더 좋아하고 그나마 초밥은 맛있다고 먹는다.
생선에 따라 달라지는 회의 맛. 그것이 가져야하는 좋은 맛의 기준을 모르기 때문에 사실 회를 무척 좋아하시고 맛을
잘 아시는 분에게는 그다지 유익한 포스팅은 아닐 것이다.
다만 정갈하고 깔끔한 음식과 차분한 분위기, 그리고 다른 블로거 분의 호평(여기서 참 맛있게 드시고 난 후
서울 가셔서 꽤 유명한 일식집에서 회를 또 드시게 되었는데 비린 맛 때문에 이 집이 생각나셨다고 한다)에
기대어 용기를 내 포스팅을 하려고 한다. 회 맛은 모르지만 이 부분은 나도 동의할 수 있는게
올라온 생선회의 첫 한 점은 양념장 없이 꼼꼼하게 맛을 보는데 비린 맛은 느끼지 못했다.
예약 시간 6시. 우리가 첫 손님이다. 6인석 좌석으로 준비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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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테이블이 이 식당의 전부이다. 정갈게 준비되어 있다.
식탁 가운데 놓인 나무 도마(?) 위로 음식 접시가 놓인다.
밑반찬으로 나온 반건조오징어조림, 백김치, 감자 조림, 오이 피클(?, 무침?)
전체적으로 간이 세지 않았고 맛과 식감 모두 좋았다.
특히 슬라이스 형태의 감자 조림의 담백한 맛과 아삭함과 오이향이 살아 있는 오이 피클이 기억에 남는다.
저번 방문 때도 느꼈지만 서빙을 해주시는 사모님(??)은 그릇을 식탁에 내려놓을 때 거의 소리가 나지 않게
아주 조심스럽게 내려놔주신다.
식당에서 밥 먹을 때 딱히 신경 쓰는 부분은 아니지만 음식이 나오는 순간 뭔가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그게 조심스러운 서빙에 있다는 것을 곧 깨닫게 된다.
술과 음료 메뉴판은 따로 만들지 않고 A4용지에 이렇게 보여준다. 운전해야해서 술은 패쓰.
첫 번째 음식.
에피타이저. 복숭아를 곁들이 문어 숙회. 위에 뿌려진 것은 아몬드 치즈 가루.
복숭아의 달콤함과 신맛, 부드럽게 삶아진 문어와 아몬드 가루의 고소함이 잘 어울린 맛이다.
두 번째 음식.
미나리와 먹는 까치복 회.
사진에는 잘 나오지 않지만 그릇이 차갑게 냉장된 상태에서 나와 그릇에는 촘촘한 물기가 맺힌다.
쫄깃한 식감의 까치복 회. (복어회에서는 어떤 맛을 느껴야할까요?) 미나리의 향과 쫄깃한 식감으로 먹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회 맛 모르는 1인이다.
세 번째 음식.
부위별 광어회와 찍어 먹을 소금, 그리고 초밥용 밥이 나왔다.
광어 회를 소금에 살짝 찍어 먹어보기도 하고 맛있게 초밥용 밥에 올려 먹기도 했다.
저번에 왔을 때도 그랬지만 초밥용 밥을 각자 앞 접시에 덜어 회 한점을 올려 먹는 재미가 있다. 셰프가 쥐어준 초밥처럼 멋지진 않지만
소소한 즐거움이 있는 나만의 초밥 한 점을 만들 수 있다. 광어의 기름진 부위에서는 충분한 고소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네 번째 음식.
바지락 국. 회를 두 접시 먹고 나니 속이 좀 차다. 따뜻한 바지락 국물이 아주 좋다. 바지락은 씹히는게 하나도 없이 해감이
완벽하게 잘 되어 있었다. 조개 먹다가 모래가 씹히면 입맛이 확 가시는, 많이 좁고 작은 마음의 소유자에게도 아주 만족스럽다.
칼칼한 국물은 밥을 불렀지만.. 이 집은 그런 집이 아니므로.. ^^
다섯 번째 음식.
능성어회.
고급 어종이라고 한다. 제주 다금바리로 속여 팔기도 한다고...
맛을 설명하고 싶어도 회알못 1인이라 검색을 해 봤다. 나처럼 맛 구별은 못하겠면서 그냥 드시는 분도 보인다. 흐흐흐. 다행이다.
초밥용 밥을 더 원하시냐고 물어보시고 가져다 주셨다.
광어회를 밥에 올려 먹었을 때와 확실히 달랐던 점은 그 부드러움이 밥알과 비슷하여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순간이 밥과 같았다.
그러니까 광어회를 초밥용 밥과 함께 먹으면 밥이 먼저 목구멍으로 넘어가고 광어는 좀 더 씹어 넘거야하는데 능성회는
밥과 씹히는 속도가 비슷했다는 것이다.
맛에 대해 설명해야하는데 자꾸 식감만 설명할 수 밖에 없어 아쉽다.
맛이라는게 한 번 먹어보고 알 수도 있겠지만, 여러 곳에서 자주 먹어 본 후 그 차이를 알고 비교를 해서 어떤 맛이 재료 본연의 맛에
가장 가까운 맛인가 혹은 가장 나은 맛인가를 알게 되는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흔한 김치찌개 맛이 다 거기서 거기지 했다가, 낯선 곳 선택의 여지도 그다지 없어 먹게된 김치찌개를 먹고 난 후
아... 김치찌개의 맛이 이렇게 타락할 수도 있구나하고 느낄 때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혹은 그냥 흰 쌀밥조차도. 집밥과 군대 밥맛이 기분 탓 뿐만 아니라 다르다는 것을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음식 설명하다가 왠 뻘소리가 길어졌냐하겠지만 이게 다.. 음식 맛을 잘 모르기 때문에 하는 뻗어나간 변명의 한 가지다.
다시 기사문으로 돌아와서.
반찬 역시 따로 말씀드릴 필요 없이 다 먹어가면 바로바로 접시를 바꿔 채워주신다.
사모님은 항상 손님의 식탁을 지켜보고 계시나보다.
여섯 번째 음식.
털게찜.
익힌 음식이 나왔다.
이제까지의 음식이 사진에서는 양이 얼마 되지 않게 보일 수 있겠지만, 포만감은 이미 목젖을 치고 올라오고 있었다.
초밥용 밥 리필은 하지 말았어야 했나보다.
알이 꽉찬 털게는 먹어봤던 대게의 맛보다 진하다고 느꼈다. 이 시기의 털게가 그런 것인지 원래 털게의 맛이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다.
털게의 털은 생각처럼 부드럽지 않다. 털이라고 쓰고 가시라고 읽어야하지만 역시 게맛은 개 맛있다.
너무 배가 불러 털게 알은 절반 밖에 먹지 못했다. 이때부터 음식을 조금씩 남기게 됐다.
계산은 직접 셰프님(? 사장님!)이 나와서 해주시는데, "털게 알이 꽉 찼어요~"라고 덧붙이셨다.
다 먹었다고 가져간 접시도 셰프님이 확인하시는거 아닌가 싶었다. 아니면 그냥 털게가 아주 좋은 놈이라고 자랑삼아 말씀하신건데
못 먹고 남긴게 내심 찔려서 혼자 뜨끔한 것일 수도...
일곱 번째 음식.
명주조개찜.
큰 조개 찜이나 구이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은 조개의 관자나 저기 보이는 주황색의 발 부분이 질기지 않을까하는 걱정이다.
해감에 대한 걱정이 먼저 드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걱정은 걱정으로 그쳤다. 저 큰 조개를 한 입에 넣고 우물우물 거렸으나 오직 부드러움만 씹혔다.
초장이나 와사비장을 찍어먹지도 않았다. 단맛이 도는 조개 자체가 아주 맛있었다.
여덟 번째 음식.
우럭 강정.
겉에 튀김은 정말 바삭바삭하며, 볼살은 말할 것도 없고 몸통의 살도 쫄깃쫄깃하다. 소스는 많이 달지 않은 간장 소스.
언뜻 우럭 탕수의 달달하고 짭조름한 소스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 가게 음식이 전체적으로 그렇 듯 살을 발라 아래쪽에 모인 소스에 듬뿍 찍어
먹어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밥과 같은 배경 음식 없이 이것만 먹어도 간이 삼삼하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조금 남겼다. 아까 이야기했듯이, 아니 이제는 포만감이 목젖을 쳤다.
아홉 번째 음식.
복어튀김. 우럭 강정도 그렇지만 튀김이 정말 바삭하고 맛있다.
특히 이 복어튀김의 튀김 옷 쪽에서는 맛있는 후라이드 치킨의 냄새가... 아주 맛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한입 가득 찬 복어살의 느낌은 담백, 깔끔하다였다. 튀겼지만 원래 복어 살이 그런가 싶었다.
열번 째 음식.
복어누룽지탕.
배추김치. 김치도 맛있다.
드디어 마지막이다. 역시 밥은 밥인가보다. 그렇게 배불렀지만 또 잘 먹었다.
크게 포 뜬 살이 덩어리째 들어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생선들.
국물에 콩나물과 복어의 시원함과 누룽지의 구수한 향이 베어 있었다. 예상하지 못했다.
국물맛은 국물맛 대로 따로 있어서 누룽지 건더기와 함께 먹어야 비로소 그 구수함을 느낄 수 있을 줄 알았다.
마지막까지 섬세한 맛의 조화.
열 한번째 음식.
디저트는 황도. 후식으로 제철 과일을 내는 집들이 종종 있다. 그러나 구색만 갖출 뿐 맛이 그에 못 미쳐 아쉬운 경우도 종종 있다.
황도는 단맛도 잘 들었고 식감도 아삭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미리 깍아 놓은 것도 아닌 듯 하다.
6시부터 시작한 식사가 7시 50분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나오는 음식들을 먹다보면 그렇게 된다.
처음 비었던 테이블들도 손님으로 가득찼고, 가득찼지만 가게 안은 내내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다양한 연령이 찾는 식당이었다.
가격이 부담스울 수 있지만 그만큼의 맛과 질을 보장하는 가게인 거 같다.
친절한 서비스와 깔끔하고 정성스러운 음식, 강릉의 기사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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