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인 맛/식당

광주 봉선동 오리고기, 봉선골 오리의 집

붉은동백 2018. 2. 20.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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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탕 아닌 오리고기가 먹고 싶은 날이었다.

저녁에 제석산 고갯길을 넘다보면 불이 환하게 밝혀진 한 식당에서 고기 냄새가 엄청나게 도로로 뿜어져 나오는 것을 인상 깊게 본 적이 있었다.

그 때는 창문을 열어놓고 운전을 해도 좋을 날씨여서 냄새도 흠뻑 맡을 수 있었다.

넓은 앞마당에 차들도 많이 주차 돼 있어서 어느 정도 괜찮은 집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오리고기 집을 찾다보니 이 집이 나왔다.

겨울이라 그런지(방문한지 좀 됐다) 가게 입구 수조에 해산물이 있었다. 그래서 메뉴에 가리비도 보이지만 계절메뉴이지 않을까 싶다.

오리 반마리 소금구이로 주문했다.

 

약간 이른 저녁 시간이어서 손님들이 없어서 찍었다.

보도블럭 바닥에 가든 느낌의 나무 테이블.

기본 찬이 나왔다. 이런 느낌의 탁자가 으레 그렇듯 깔끔한 느낌은 나지 않는다.

기름 등이 베어들어 어쩔 수 없이 약간 끈적한 느낌이 난다.

 

일단 성형탄이 아닌 나무숯이다. (참숯이랬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오리탕도 함께 나왔다.

 

인상 깊었던 환풍기의 성능. 모터를 좋은 거 쓰시나보다.

혹시 다운 점퍼에 고기 냄새가 밸까봐 차에 두고 왔는데 그럴 필요가 없을 정도로 연기와 냄새를 잘 빨아들였다.

(그렇지만 손님이 가득 찬 상황이라면 어떨지 장담하지 못하겠다.)

가게 앞을 지나는 차들에게 유혹의 고기 냄새는 흘릴 수 있었던 건 이 모터의 부단한 노력 덕분이겠다싶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집 답게 고기 맛이 좋았다.

오리 누린내 없이 맛있게 잘 먹었다.

탕은 약간 묽은 느낌이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다만 유동 오리골목의 오리탕을 기대하면 안 된다.

한참 고기를 맛있게 먹고 있으니 어르신들이 속속 가게로 들어오셨다.

그리고 밥 대신 나오는 죽.

죽을 먹어보니 과연 어르신들이 좋아하실만 했다. 건강한 죽의 맛이었다.

흑임자 죽은 간이 거의 없다시피했다.

 

밥을 먹고 나오면서 찍은 식당 모습.

젊은(어린?) 직원들은 마치 식당 주인의 가족인 듯 친절하게 서빙을 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고, 사진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식당 입구에 작은 수조를 두고 해산물을 준비해두고 있었는데, 약간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수조에서 비린내가 확 올라왔다.

식당에 들어오고 나갈 때 모두 느꼈다.

원래 계획에도 없었지만 해산물을 먹고 싶어지게 하는 냄새는 결코 아니었다.

 

어쨌든 오리고기 구이가 먹고 싶어지면 다음에도 찾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