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허름한 외관의 장어집.
메뉴판에 요리보다 마실거리가 더 많다.
요리는 오직 장어 한 가지.
게다가 흔히 양념/소금 구이의 구분도 없다.
이 집은 오직 소금구이.
게다가 장어는 이렇게 구워져서 나온다. (맛있게 잘 굽는 것도 기술이다.)
함께 나온 참숯은 그저 장어의 온도 유지를 위한 역할 뿐이라 화로 바닥에 조금 깔려 있는 정도이다.
사진 오른쪽에 살짝 나온 건. 장어뼈. 장어 나오기 전에 오물오물 먹기에 좋다. 소금간도 돼 있다.
굴이 들어간 무생채 맛도 괜찮다. 젓갈이 많이 들어간 편은 아니다.
백김치 역시 짜지 않고 군내 없이 깔끔하다. 열무 김치 역시 무난했다.
김치 종류 모두 간이 세지 않은 편이다.
인상적이었던 건 부추 겉절이의 양념이 미미한 덕분에 부추의 향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고
장어와 내내 곁들여 먹어도 (양념 맛 등에) 질리지 않았다.
그리고 장어의 맛-
장어는 아무래도 기름진 음식이라 배부르도록 먹을 때까지 느끼해하지 않고 맛있게 먹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데 이 집 장어는 담백했다. 혼자서 거의 2마리를 끝까지 맛있게 먹었다.
간을 했다고 하는데 -간을 했기 때문에 맛이 있겠지만- 입에서 소금의 간이 툭 튀지 않았다.
마치 원래 장어의 살에 그만큼의 간이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 집의 또 다른 별미.
민물새우탕. 이번에 처음 먹어봤는데 정말 맛있는 음식이었다.
정말 민물새우와 무의 조합만으로도 이렇게 시원하고 감칠맛나는 국물이 가능한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지만,
종종 어머니께서 해주셔서 먹어봤다는 일행이 민물새우탕은 원래 이렇게 맛있다고 증언 해주었기에
결국 그 맛을 납득할 수 있었다.
무에도 잘 스며 있는 양념의 색과 맛, 그리고 그럼에도 무르지 않은 식감이 납득의 또 다른 이유가 되어 주었다.
자체로도 좋았으며 장어 구이와도, 또 직접 비벼 먹는 장어구이 덮밥에도 참 잘 어울렸다.
흰 대접에 쌀밥과 검은색 소스가 나오고, 부추가 올려지자 정신을 못 차리고 비벼버렸다.
불판 위에 남겨둔 장어 3점을 올려놓고 나서야 사진 남길 생각이 들어 급히 찍었다.
(한 수저도 뜨지 않은 상태지만 모양새가 좋지 않다.)
소스 역시 강하게 튀어나온 단맛, 짠맛이 없어서 좋았다.
마지막 한 숟갈까지 맛있게 잘 먹었다.
후식으로는 식혜가 한 그릇씩 나온다.
식혜와 함께 직접 만든 수정과 같은 후식은 명백한 취향 저격이다.
비락 식혜같은 시판 식혜보다 훨씬 단맛이 덜 해서 좋았다.
밥알이 뭉개져 있지 않아 깔끔했던 점도 기억에 남는다.
직접 만드시는지 구입해서 내어 놓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장어를 먹으면 정말 힘이 나는지에 대한 임상적 결과와는 별개로
다음 방문에도 맛있는 장어와 민물새우탕과 밥을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뱀발, 아니 오늘은 장어발)
처음에 음식과 함께 서빙되었던 빈 스텐 밥그릇의 정체는 물컵 대용으로 결론 내렸다.
아울러 이 집에서 유일하게 아쉬웠던 점은
여러 생수 회사에서 출시한 다양한 디자인의 2리터 플라스틱 물통에 직접 끓인 물을 내주신다는 것.
500ml짜리 생수 제품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세척 불가능해보이는 그 플라스틱 물통은-방송에서도 식수통으로 재활용하지 말라고 종종 이야기하는-
그만 재활용 분리수거장으로 보내주시고, 세척솔과 같은 걸로 세척이 가능한 생수통으로 바꿔주시길.
'나 알바하는 데 스뎅 물통 쓰는데 한 번도 설겆이하는거 못 봤는데 뭐래~'라고
혼잣말 하시는 분들,
일들
부디 없길 바라면서 길어진 뱀발 줄인다.
그나저나 역시 뱀발은 길어야 맛이다.
서울역(4호선) 12번 출구
눈 앞이 하얗게 되는, (실제로도 하얀) 계단과 KDB생명타워 사이의 붉은 보도 블럭 깔린 공터를 걸어가면 3분 이내 도착.
보기만 해도 힘들어보이는 계단, 안 오르셔도 된다.
올라가 봐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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