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행을 일주일 앞두고 같이 사는 여자는 몸이 이상하다고 했다.
어지간해서는 약을 잘 먹지 않던 그녀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집에 있던 간이 코로나 테스터기를 꺼내 들었다.
곧장 마스크를 하고 집 앞 병원에 갔다.
다시 검사를 해볼 거냐는 의사에 말해 검사해서 양성이 나오면 치료가 달라지냐고 물었다.
그건 아니라고 했다.
연세가 많으시거나 지병이 있는 경우에는 정해진 몇 가지 약을 처방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증상 개선을 위한 약을 처방한다고 했다.
몸살과 해열, 목과 관련된 약을 처방해 주었다.
3일 분의 약을 먹고 나서 다시 3일 분을 처방받았다.
그러는 사이 나도 몸이 이상해진 것을 느꼈다.
확실히 일반 감기 몸살과 달랐다. 더 진하고 무거웠다. 타이레놀은 듣지 않았다.
병원에서 처방받아온 진통제를 먹으니 훨씬 나았다.
나는 일주일 분의 약을 먹은 후 이번에는 타이레놀 정도의 낮은 진통제를 이틀 정도 먹고 나니 괜찮아졌다.
하지만 후유증으로 물 먹은 듯 한없이 가라앉은 컨디션이 일주일 정도 지속되었고, 후각과 미각을 잃어버렸다.
후각과 미각을 잃어버린 것은 정말 낯선 경험이었다.
다행히 2주쯤 지나자 많이 회복되었다.
그런데 신기하게 아이는 코로나 증상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동안 앓았던 몇 번의 감기 증상 가운데 코로나가 있었던 걸까?
유치원에 문의해 보니 이제는 코로나를 감기처럼 취급해서 아이가 힘들어하지 않으면 등원시킨다고 하셨다.
그러나 혹시나 싶어 3일간 아이를 집에서 데리고 있었다.
약을 먹는 동안 몸이 괜찮아진 거 같아 괜히 제주도 여행을 취소했나 후회를 했지만
약빨이 떨어져서 아플 때는 취소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빠른 결정으로 취소한 덕분에 항공권만 취소 수수료가 나왔다.
담에 보자 제주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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