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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스승의 날

by 붉은동백 2020. 5. 15.

아침 9시 전화벨이 울렸다.

책상 위에 놓인 스마트폰 화면에는 "000 선생님"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떠올라 있었다.

보내드린 선물이 어제 도착했다는 택배 회사의 송장은 확인했지만, 교수님이 직접 받으셨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스마트폰 화면에 뜬 선생님 이름을 보자 나는 교수님께서 선물을 받으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반갑고 어려운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교수님은 내게 고맙다는 말씀과 나와 아내의 안부를 물으셨다.

나 역시 교수님의 안부를 여쭙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교수님과의 대화는 마음을 울렁거리게 한다.

아마도 부족한 제자의 능력과 꿈이 아지랑이처럼 섞여 어른거렸기 때문일 것이다.

 

통화를 하시면서 교수님은 내게 존댓말을 하셨다.

불편하니 편히 말씀을 하시라고 했지만 제자들의 나이도 이제 적지 않으니 말을 놓기 어렵다고 하셨다.

말을 놓겠다고 하시면서도 전화를 끊을 때까지 교수님은 말씀을 놓지 않으셨다.

 

그런데 교수님의 목소리가 좋지 않았다. 

학교 다닐 때 우리들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셨던 교수님이 떠올랐다.

여전히 열심히 살고 계시는구나 싶었고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다행하게도(?) 숙취 때문이라고 하셨다. 

학교 다닐 때 교수님이 중국집에서 사주셨던 맛있는 코스 요리와 술이 생각났다.

참 맛있게 먹었었다.

 

교수님은 나중에 서울에 올라오면 찾아오라고 하셨다.

같이 술 한 잔 하자고 하셨다.

 

건강 잘 챙기시고 해장 잘 하시라는 말씀을 끝으로 짧은 통화가 끝났다.

 

기분 좋은 통화가 끝났지만 

스승의 날 선물로 술을 고른 것이 잘한 일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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