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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허영만의 커피 한잔 할까요?

by 붉은동백 2017. 8. 20.

제목처럼 정직하게 허영만 작가의 커피에 관한 만화이다.

커피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없지만 더 알고 싶은 마음에 즐거운 마음으로 재밌게 읽었다.

가상의 커피 가게와 사람들을 빌어 커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재밌었던 것은 커피에 관한 이야기임에도 커피 자체보다는 커피를 매개로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는 점이다.

특정 원두의 생산 이력과 로스팅, 추출 과정 그리고 그 맛에 대한 묘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만화는 하루의 시간 중 어느 땐가에 꼭 커피 한 잔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나는 읽었다.

때문에 "2대 커피"의 주인인 박석의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커피뿐이야"는 말이 이 만화를 관통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커피는 여러 기호 식품 중 하나일 뿐이지만, 한편으로 그가 손님에게 내어 놓을 수 있는 최선의 진심이기도 한 것이다.

만화는 이렇듯 '커피의 맛'에만 매몰되지 않는 시선 덕분에 

자판기와 시골 다방의 커피 맛까지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낼 수 있었다. 

 

가상의 커피 가게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커피의 맛을 묘사하기 위해서는 모델이 필요한 탓에 실존하는 커피 가게와 사람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각권의 말미에 있는 " <커피 한잔 할까요?>의 작업실을 공개합니다."라는 작가의 취재 일기를 통해

이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재미도 있다.

취재 일기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이 만화에 등장하는 커피 가게들이

커피 맛에 대한 절대적인 우위를 갖고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만화에 나오는 말처럼,

"맛을 판단한다는 것은 개인의 몫이다. 다만 존중의 자세는 필요하다." 라는 생각에 가깝다.

 

 

다시 한 번 동어 반복의 지루함을 감수하면서

만화에서 말하고 있는 커피의 의미를 거칠게 요약하자면,

"커피 잔 속에 위안이 있다"고 느끼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 시켜주는 매개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마지막 장까지 재밌게 읽었지만, 며칠이 지나고 나니

커피에 대해 알게 되었던 몇 개의 얄팍한 지식도 생각나지 않는다.

다시 만화 책을 뒤적여 보면 알아두면 쓸만한 커피에 대한 상식들을 꽤 많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그러지 않기로 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혀 위의 맛이다.

오후 3시 이전 내게 허용된 한 잔의 커피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맛을 발견해낸다면

또 하나의 즐거움을, 기호를 찾은 행복을 그와 함께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아직 마셔보지 못한 무수히 많은 커피의 맛과 시간을 기다려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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