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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김소월 「여자의 냄새」

by 붉은동백 2016. 8. 5.

여자의 냄새

                           김소월

 

푸른 구름의 옷 입은 달의 냄새.

붉은 구름의 옷 입은 해의 냄새.

아니 땀 냄새, 때묻은 냄새,

비에 맞아 축업은 살과 옷 냄새.

 

푸른 바다…어즐이는 배

보드라운 그리운 어떤 목숨의

조그마한 푸릇한 그무러진 령(靈)

어우려져 비끼는 살의 아우성......

 

다시는 장사(葬事) 지나간 숲속엣 냄새.

유령실은 널뛰는 뱃간엣 냄새.

생고기의 바다의 냄새.

늦은 봄의 하늘을 떠도는 냄새.

 

모래두던 바람은 그물안개를 불고

먼 거리의 불빛은 달저녁을 울어라.

냄새 많은 그 몸이 좋습니다.

냄새 많은 그 몸이 좋습니다.

 

(『진달래꽃』 매문사, 1926; 『김소월 전집』, 문장, 1981)

 

 

시 읽기

 

소월의 잘 알려진 시들과는 조금은 다른 분위기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다.

후각은 기억과 관련된 일을 처리하는 해마와 직접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다른 감각과는 달리 특정한 냄새를 맡게 되면 우리는 종종 그것과 연관된 -아무리 오래되었다 하더라도-

기억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경험을 하게 된다.

강렬했던 그 냄새와 함께 그 때의 시간이 우리의 몸을 통과하는 아찔한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세계를 떠도는 냄새가 그를 관통한다. 황홀한 풍경이다.